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나는 게이머라고 말할 수 있다. 비록 요즘은 오타쿠라던가 오덕후라던가 더 짧게는 덕후라고하는 단어가 한국사회에서 너무도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면서, 난 게이머에요 라고 하는 것이 마치 다른 사람들과 분리된 정신세계를 영위하는 오타쿠의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발언이 된다하더라도 나는 게이머다.
비록 엔딩을 본 게임이 몇 개 되지 않으며, 타고나지 못한 동체 시력 및 반사 신경으로 스스로 즐기며 잘 할 수 있는 게임이 한정되어 있지만, 그래도 나는 비디오 게임 팬이고 그 중에서도 Final Fantasy는 나에게 큰 의미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이다.

우연히 그 Final Fantasy(FF)의 게임 음악을 오케스트라 연주하는 콘서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고맙게도 당직이 아닌 일요일에 한다는 행운까지 겹쳤다. 참고로 여기서 얘기하는 공연은 2011년 공연 감상이 아님을 먼저 밝히는 바이다. 이 글이 쓰다 만 상태로 잠자고 있는 동안에, 2011년에 한차례 더 공연이 있었다.

어느 정도 이상이 되지않는 연주에 정도 이상의 가치를 지불하는 것은 아깝다라는 나름의 기준도 있는지라, 통상의 레퍼토리가 아닌 곡을 연주하는 일종의 팝스 오케스트라 공연같은 성격의 음악회에 비해서는 좀 비싸게 책정된 티켓값이 약간 불만이기는 했으나(당시에는 그랬으나 현재의 클래식이나 여타 공연 티켓값들을 생각하면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다), 나름 괜찮은 합창석 자리가 합리적 가격(?)에 남아있어 구매했다. 그러나 다시 간다해도, 이 공연을 S나 R을 사지는 않고 기어이 합창석을 사거나 아예 2층이나 3층으로 올라갔을 것 같긴 하다. 일단 연주자를 꼭 봐야할 이유도 없으며, 예당 3층은 세종대운동장보다는 음향이 나으며, 사실 연주의 질에 기대하는 바는 없으니까. 사실을 고백하자면, 합창석 앉아본 것이 이 공연이 처음이었는데, 이후로 나는 합창석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공연 당일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통상보다 남자 관객이 많았으며, 아니 여자 관객이 적었으며, 남자끼리 온 관객도 많았고(오히려 남녀 커플은 적고), 캐주얼한 차림의 관객도 평소보다 많았으며, 공연 프로그램북을 파는 줄이라 여겼던, CD와 티셔츠!를 파는 줄도 굉장히 길었다.
약간 실망이었지만, 공연 프로그램북을 파는 대신에 게임음악 행사 답게 CD과 티셔츠 그리고, FF 13의 게임 소프트와 FF13 한정 PS3를 팔고 있었다. 콘서트 관련 제품 판매 치고는 최고가가 아니었나 싶다.

공연은 왜 합창석이 유난히 싼 가격에 팔렸는지 이해가 가는 구성이었다. 지휘자 맞은편의 합창석 윗쪽 스크린에 게임 동영상들이 함께 나오는 구조라서, 합창석 관객에게는 심히 집중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성.

그래도 게임에서 들었던 음악들의 연주는 추억을 자아내게 만들었고, 그 중 트럼펫 솔로의 "Swing de Chocobo"는 일품이었다. 트럼펫 주자가 초코보가 뛰어다니는 게임 장면을 충분히 이해했거나, 실제로 초코보를 타고(?) 보물찾기 꽤나 하셨거나...FFVIII의 "Liberi Fatali"도 좋았고.. 아쉽게도 FFX부터는 실제 플레이를 해 보지 않아 음악이 낯선 것들이 많았으나 충분히 즐길만한 연주였다.

물론 가끔 오케스트라 쪽의 실수도 있었지만, 최악(?)은 이수영씨가 부른 素敵だね가 아닌 "얼마나 좋을까"였다. 보컬이 빠졌으면 훨씬 좋은 공연이 되었을 것을...부족한 성량과 탁한 발성은 이날 공연 최악의 곡으로 단연 꼽을 수 있겠다. 초청된 성악가들도 전반적으로 무대 장악력이 떨어졌는데, 배역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때문일지도 모르겠으나 기본적으로 다들 성량이 좀 부족하셨고 오케스트라와 잘 어우러지지 못했다.

어찌되었던 공연은 연주수준에서는 적당히 만족할만 했고(어차피 클래식 공연과 기대하는 수준이 다르니까...), 공연장에 모인 사람들 일부, 특히 내 옆자리 사람은 혼자서 중얼거리는 전형적인 오타쿠 같은 사람이긴 했지만, 뭐 그정도는 같이 게임음악연주회에 돈내고 온 입장에서 넘어가고..

다음에 또 기회가 된다면, 이번엔 살짝 더 괜찮은 자리에서 들어보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게스트는 좀 신경 써 줬으면 좋겠고, 프로그램북도 팔았아면 좋겠다. - 라고 공연 끝나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2011년에 다시 공연하는 것 알았을 때는, 여러가지 문제 -예산, 시간-의 문제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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